내가 처음으로 정유정님의 소설을 읽은 것은 "7년의 밤"이였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과 눈에 그려질듯한 으스스한 서술로 며칠동안내내 머릿속에 남아서 힘들게 했던 기억이난다.

그 다음 읽었던 소설이 "28"

도서관에 책을 대출하러 갔더니 잘 알고 지내는 사서선생님의 적극 추천으로(7년의 밤 여파로 안읽겠다고 했더니, 그것보다 낫다고해서...) 읽게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재미있으면서 빨려들어감에 힘든 감정을 뭘로 설명해야할지 ㅎㅎㅎ

이제 다시는 정유정 소설을 읽지않으리~~ 한국 최고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해도 읽지않으니~~ 결심(결심까지? ㅋㅋ)하였으나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그녀에게 또다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명랑하게 히말라야 등반기를 적어놓았는데 보면서 히말라야를 가봐?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주 재미나게 잘 읽었었다.

그 다음은 인간의 악을 읽을 수 있는 "종의 기원"

말이 필요없다. 읽고나면 인간 자체가 무서워진다고나 할까? ㅋㅋㅋㅋ

정유정 소설은 이제 더이상 안읽겠다고 하고선 매번 그 유혹에 지게되는 매력이 있다.

 

 

 

진이, 지니 또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읽었다.

제목만 보고는 진이와 지니라는 비슷한 여자들의 이야기인가보다 했다ㅎㅎㅎ 그 예상은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깨졌다. 침팬지가 나오고, 보노보가 나오고ㅎㅎㅎ

주인공 김민주, 이진이 그리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침팬지 팬...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민주는 공익 시절 음식 배달을 하며 자기를 너무나 귀찮게 했던 해병대 할아버지의 "아이" 인지 "어이"인지 부름을 못들은척 지나가버렸다가 나중에 그 부름이 죽기 직전의 SOS 신호였던 것을 알고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진이 또한 보도보에게 파인애플을 주며 정을 나누었음에도 밀렵꾼의 보복이 두려워서 도망치고 만다. 그 죄책감때문에 영장류 연구자의 자격이 없음을 괴로워하며 지낸다.

침팬지 팬은 동물원에 있는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공개출산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로 버림받은 침팬지이다. 그 침팬지를 진이가 엄마마냥 키워주고, 모성애를 심어준다.

 

 

 

이들이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사랑으로 풀어나가며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을 한편의 소설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도 정유정님 특유의 위트와 귀에 와서 콕콕 박히는듯한 문장들을 읽어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팬은 내게 아기만 보여준 게 아니었다 주어진 일을 해낸 자신의 용기를 보여주었다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더하여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일깨웠다. 살아 있는 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는 것도." _ 진이, 진이 P308.

아직 정유정의 진이, 지니를 안읽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하고 추천한다.

읽은 시간도, 책 값도 ㅎㅎㅎ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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